고추장찌개의 추억 by 고선생

자취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매끼를 해결하는 일상다반사에 익숙해졌을 무렵
처음으로 찌개를 끓여보게 되었다. 그 전까지 국은 그냥 인스턴트로 해결했는데..
사건의 발단은 기숙사 음식파티.
각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사람들끼리 자기네 나라 음식 하나씩
해 와서 다같이 먹는 파티를 열자고 계획되어, 난
한국식 매운 수프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고추장찌개였던 것.

왜 고추장찌개를 선택했는고 하니 일단 냄비요리니까 양도 꽤 될 거고
그냥 수프라고 하기엔 뭔가 건더기가 많은 정성이 들어보이기도 하고,
고추장을 이 김에 처리좀 하고 싶어서.

고추장찌개는 역시 쇠고기가 제맛. 하지만 쇠고기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파티참가자 중 아랍쪽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따로 부탁받은게 있었으니 자기네는 종교적 이유로 쇠고기도
일반 쇠고기가 아닌, 이슬람 슈퍼마켓에서 파는 쇠고기를 사용해달란다.
그게 왜 그래야 되는지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슬람 문화권에선
소 잡는 법도 의식에 따라 하기 때문에 이슬람교인들은 그 절차에 의해
잡은 쇠고기만 먹는게 예법이라나.

당시엔 만하임에 살았었는데 거기 터키인 주거구역과 터키슈퍼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사실, 따로 그런 부탁 아니더라도 그 슈퍼에서
쇠고기 살 계획이였다. 훨씬 싸니까..
식탁의 한가운데에 있는게 나의 고추장찌개.
건더기로는 쇠고기, 양파, 애호박, 감자, 건고추를 넣었다.

내가 먹는 스타일로 끓이다보니 좀 매웠는지 유럽쪽 사람들은
맛있어하면서도 상당히 매워했다.
아마 건고추의 영향이 좀 컸던듯 하다.

그래도 맛있다니 다행. 야채가 많이 들어서 건강수프라고들.
한 그릇씩 먹은 백인들과는 달리 남미와 중동 출신들에게는
더 인기가 좋았다. 양념과 매운맛이 강한 음식들을 즐기는
사람들이다보니 통하는게 있었나보다.
쿠웨이트에서 온 사람은 자기네도 이거랑 비슷한 국물요리가
있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이제는 고추장찌개같은거야 끓이는게 일도 아니지만
저 당시땐 처음 끓여보는 고추장찌개이다보니, 게다가 남들에게
선보여야되는 요리다보니 나름대로 신경이 많이 쓰였었다.
역시 한국음식은 양념과 정성.

또 자국음식파티같은걸 하게 된다면 이제는 나도
레벨이 꽤 올라서 여러 레파토리가 떠오르겠지만..
처음 끓여본 찌개라 맘속에 아직도 남아있는듯 하다.
이건 프랑스인이 만들어온 정성가득한 오븐요리.
감자와 양파와 베이컨과 크림소스.. 프랑스의 가정요리같다.
그라탱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너무 맛있어서 남은거 다
가져왔다가 담날 아침으로 먹었다.

덧글

  • 삿쨩 2009/07/13 08:56 #

    역시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 고선생 2009/07/14 00:08 #

    네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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