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란걸 처음 접한건 2000년.
당시 디지털카메라의 태동기였고 아는 사람 한둘이 척보기에도 신기한, '액정화면'이 파인더 역할을 하는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그 전까지는 관심도 없다가 슬슬 카메라가 대중화될것을 예지라도 했는지 갑작스럽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디카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좀 신기하게는 느꼈어도, 가격대도 비싸고 모델 자체도 많지 않았으며 그 때만 해도 카메라계는 필름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2001년, 나의 대학교 2학년 시절에 학부에서 학과로 올라가면서 '사진학'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그전까지 독학으로 어느정도 수동카메라를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상태에서 어떤 전문적인 지식에 목마를 때다. 그 수업은 정말 재미있었다. 내주는 과제 하나하나도 내가 능동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이후 군복무 후에 복학해 들은 사진관련 수업 3개 역시 그랬다.










본격적으로 '인물촬영'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2005년. 복학후. 그 전까지는 인물보다는 눈에 보이는 '세상'을 담는게 즐거웠다. 도시든 자연이든, 특정장소든. 장기든 단기든 여행이라도 간다면 무조건 필름 몇통과 고물수동카메라를 대동했으며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니는 모든것들을 열심히 사진에 담으며 즐거워했다. 무식하게 그냥 찍는게 아니라 나 나름대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찍어보고(필카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신경을 써야했고) 나온 결과물 보며 즐거웠고. 아마도 필카를 쓴 기간중에 실력이 좀 향상된것 같다.





















2005년에 들은 수업은 광고사진에 관한 수업이였는데 정물,제품 사진은 물론 패션사진같은 경우엔 인물촬영이였기 때문에 이 또한 새로운 영역이였다. 인물촬영이라고 놀러가서 뭐 앞에 서서 브이자 손 치켜들고 경직되서 찍는 관광사진같은게 아니라 테마에 맞춰 연출을 하는 사진인 것이였다.




이 작업은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연출 인물사진. 인물이라는 피사체는 그 어떤 사물보다도 매력적이였고 연출하기에 따라 같은 인물이라 해도 수백가지의 분위기로 파생되어지는 것이였다.
광고사진수업 때에 비로서 팀작업을 하면서 디카촬영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진에 무게감이 좀 덜한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필름비, 인화비 걱정없는 디카작업.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였다. 이후 2005년 여름 즈음에 나도 DSLR을 하나 구매하면서 지금껏 써오고 있다.















수업을 다 마치고 과제로라도 맘껏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 나는 그대로 묻히기 아쉬워 이 사람 저 사람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사진 찍어줄테니 시간 좀 내달라고.
이제와서 얘기지만 내 모델이 되어준 사람들은 다 여자였는데 내가 남자라서, 딴 맘 가지고 그랬다기보다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모델로서, 인물사진용으로서, 다 떠나서 형태학적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남자보다 더 나았다. 남자를 모델로 하려면 굉장한 특색과 개성이 있던지, 모델과 같은 기럭지나 외모가 아닌 이상 연출사진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에 여자같은 경우는 베이스가 남자보다 확실히 나았다.
사실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부탁한건 아니고 운 좋게도 미모가 뛰어난 후배들 잘 구슬려서 찍을 수 있어 다행이였다. 내가 꼬시는 방법은 '이쁜 사진 많이 찍어줄테니 시간 좀 내줘'였다. 그 당시도 디지털사진의 부흥기로 굉장히 사진이 대중화되고 있는 시절이였는데 지금과는 또 달라서 전체적인 평균수준이 좀 낮던 때였다. 카메라 유저는 많은데 제대로 된 실력자는 많이 없었고 카메라를 소유하고 입에 바람넣고 셀카찍을 줄만 알았지 제대로 인물 사진을 찍는건 배운사람들 사이에서나 있는 매니아적인 것이였기 때문에. 내가 나름 내 사진 실력이 라이트유저 수준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윈윈 할수 있었던것같다. 나는 좋은 연습이 되고 모델은 좀처럼 건지기 어려운 자기 자신의 연출사진을 얻고.
이 때가 가장 즐거웠다. 그래서 대학시절이 좋은가보다. 사회인이 되기 전까지의 여러가지의 시도에도 너그러운 시절.
사회인이 되고 직업인이 되서도 이런 작업을 자유로이 할 수 있을까.
5번인가 6번 정도 작업을 한것 같다. 그때마다 컨셉은 다 달리 했다. 계절도 달랐고. 도심한가운데, 자연, 개성적인 건물 안, 황량한 철도, 젊은이의 거리 등등.. 너무나 즐거웠고 흡족한 작업들이였다.
대충 하지는 않았다. 모델이 되어준 친구와 약속이 잡히면 그 전날이나 이틀전에는 꼭 먼저 사전답사를 했다. 혹은 사전답사를 마친후 찍을 레이아웃을 설정한 후 섭외를 하던가. 첫 한 두 작업때 무작정 모델 데리고 가서 막상 사진 찍을 장소 뒤져가며 찍으니 시간 낭비도 많고(의외성은 있었지만) 해서 계획성 있게 하기로 했다.





인물촬영의 로케촬영은 역시 배경과의 조화, 그리고 구도 이 두개가 가장 크다. 가장 중요한건 그들의 조화로 내가 애초에 생각한 주제나 컨셉이 제대로 나와줬느냐 하는거다.
신기한건 여러 회 촬영을 했고 여러 배경에서 여러 구도에서 촬영을 했는데로 나중에 모아 보면 뭔가 상통하는 느낌이란게 있다. 느낌도 비슷하고. 이게 나만의 색깔인건가 싶기도 하다.











내 작업이니 내 맘에 들게 찍는거지만 그래도 함께 해준 모델도 사진 결과물 보여주면 대다수 긍정적이였다. 미니홈피에 내가 찍어준 자기 사진 올렸을때 그 밑에 사진좋다거나 이쁘게 나왔다는 리플이 달리는걸 목격하면 뿌듯하다.(사실 이쁘게 찍는다기보단 주제가 있긴 했지만 '이쁘게 나왔다'라는 말이 가장 기본적이고도 대중적인 사진칭찬어구 아니던가)
요새는 통 인물사진 찍을 기회가 없다.
언제쯤 다시 인물사진을 찍을 날이 올련지.
여기는 배경도 한국과 많이 다르고.. 인종도 백인 투성이인데 말이다. 계획하기에 따라선 굉장히 분위기 다른 사진이 나올수 있을텐데. 그러면서도 과거 사진들과 상통하는 '느낌'이란게 있고.. 그러면 진짜 재미있겠다.
2008년때에 독일에서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사귀게 된 중국 친구인데, 오랜만에 찍은 인물연출이라 부족함을 많이 느끼기도 했고 장소와 배경 선정에도 아쉬움이 많긴 했지만.. 재밌었다.
















덧글
앞으로도 많이 찍어서 올리시길 빌게요.
멋진 사진이네요..ㅜㅜ
부럽습니다...
글에도 썼다시피 인물촬영의 피사체(?)로는 여자가 월등한듯.
사진이라는건 찍는 사람의 성격이 고스란히 나온다고 생각해요. 어떤 예술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창작자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게 사진이라는 영역이잖아요. 같은 장면이라도 찍는 사람에 따라 무수히 많은 다른 분위기를 낸다는건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전 한국에서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졸업했어요. 근데 그 전공공부 하면서 사진수업을 몇가지 접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디자인보다 사진에 꽂혔죠. 점점 느끼는게 디자인보다 사진이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였어요. 사진만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능동적으로 찍었고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 이상으로 몇배나 더 많은 독자 프로젝트도 벌이고.. 그러다보니 졸업후 디자인관련 회사도 짧은 시간이지만 다녀봤지만, 다시 제대로 사진으로 공부하기 위해 이렇게 오게 됐지요.
글쎄요, 남들은 용기있다고 해주시는 과분한 평은 감사하지만 사실 한켠은 마냥 두렵기도 해요. 물론 사진으로서 어느 직장에 얽매일 확률은 타 영역에 비해 적긴 하지만 사실 나이도 나이고.. 이러저러한 현실의 사정이 불안케 하는건 없지 않네요... 그래도 어려운 결정해서 뛰어든 만큼, 반드시 이뤄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