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가 그리워 by 고선생

90년대 시절이 그립다.


소위 거품경제던 90년대 초중반 그 시절이 정말 그립다.

누구나 10대 시절을 그리는것은 당연하겠지만

비록 나의 10대 시절을 보냈던 90년대지만 그것 말고도 이유는 많다. ...그러고보니 내 나이 애들은 90년대를 정말 10대로 제대로 보낸 나이들이구나. 1990년이 되면서 10살이 되었고 2000년이 되면서 20살이 되었으니..

 

거품경제.. 그러니까 97년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는.. 정말 난 우리나라가 잘 나가는 나란줄 알았다. 그 당시에 정치 사회같은데는 거의 관심이 없었지만 나름대로 먹고 싶은거 입고 싶은거 대부분 누리고 살았고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큰 무리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였다. 뭐 여전히 시끌시끌하던 사건 사고들 끊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경제에 대해서만큼은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때만 해도 '선진국'소리를 스스로 해대는 사회였고 한때는 국민소득 10000달러를 달성해보기도 했잖은가. 지금의 10000달러와는 가치가 다르다. 어린 맘에 뭐 자세히는 몰라도 그냥 살만한 나라에서 큰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고 나름대로 아버지 어머니도 번듯한 직장인, 우리가족은 '중산층'이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치고 경제침체니 하는 말은 없었다. 해외여행도 장려하고 '신한국'의 단꿈을 향해 나아가던 시절이였다.

 

이제와 보면 그 모든것이 거품이였다는 사실에 기가 차지만.. 97년 들어서 비로서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그 모든 거품이 싹 걷히면서 지금까지 요모양으로 치닫고 있지만 말이다.

 

비록 거품경제 속의 호황이였다고는 해도 그 달콤했던 시기가 그리울 정도로 요샌 정말 사회가 참 많이도 침체되었다. 거품경제일 지언정 활기가 넘치고 희망가득한(척 했던) 그 때가 그립다. 그 때는 꿈도 많았고.. 취업걱정이니 그런건 전~혀 딴세상 소리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해 먹고 사는 장밋빛 꿈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경제적인 측면 뿐이 아니다. 참 그 때는 재미가 넘치던 시절이였다. 드라마도 온국민의 공감을 많이 불러일으킬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킨 명작들이 다수 방영했고 문화적으로 이것 저것 재밌는 것들이 많이 유입되던 때였다. 결코 좋다라고만 말하기는 뭣하지만 일본만화와 오락실 게임들의 참신함은 재미를 갈구하는 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몰이를 했다. 그 당시 현역 연재이던 드래곤볼과 슬램덩크, 란마1/2 등의 대작 만화들은 지금에 와서도 그걸 뛰어넘는 만화가 없을 정도로 진정한 대작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지금처럼 만화에만 아니면 게임에만 몰두하는 특정 계층이 끼리끼리 노는 문화가 아닌, 전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일본문화가 대세로 자리매김한 현재에 와서는 오히려 점점 그런 현상은 심해져만 가는것 같다. 특히 일본 문화에 대해서만 그런건 대체 왜일런지.. 그 나라에서 그렇게 노는 계층이 있어서 따라하려고 그런가? 암튼..

 

그런 정적인 것 뿐 아니라 놀이문화에서도 활동적이고도 재밌는 거리들이 많았다. 나름대로 두뇌를 써가며 하는 주사위 보드게임, 동네를 하루종일 누벼도 지치지 않는 비비탄 총 놀이.. 뭔가 전체적으로 80년대의 잔재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플러스로 많은 것들이 들여와서 재미있던 시절이다.

 

그 때가 정말 그리운 이유중에 중요한 것 또 하나는 지금보다 디지털 문화가 '대세'는 아니던 시대라는 점이다.

할수만 있다면 정말 인터넷이니 휴대폰이니 하는 것들이 없던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인류문화와 생활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은 맞지만 나같이 아날로그 좋아하는 사람은 순기능보단 그보다 몇배는 더 많은 역기능에 아주 진저리가 난다.

 

세상이 너무 편리해지다보니 모든게 쉬워지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나약해져만 간다. 열정이 식고 몸은 둔해진다. 점점 기계화되어가는 느낌이다. 인터넷에서 악플달고 인터넷 쇼핑하고 휴대폰 문자질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 세상 살기 편하라고 조성된 문명화, 디지털 사회는 엉뚱하게도 그 요소들을 발전적으로 사용하기보단 암적인 요소로 분하고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신종 범죄 등을 양산하고 있다. 물론, 문명 덕분에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고 편하고 좋아진 면이 많다는 걸 인정 안하는건 아니다. 다만 내가 보기엔 장점보단 단점이 너무 많다는 것..

 

인터넷 없어도, 휴대전화 없어도 충분히 잘 살던 시대였다. 있으면 사용하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정말 이렇게 온 세계가 인터넷과 휴대폰이 '필수'가 되어버린 세상이 참 안타깝다. 내가 좋건 싫건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 두개를 빼고는 불가능한 구조가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싫으면 하지 말라고? 그럼 못 산다.. 세상을 나 혼자 사나. 불과 몇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 학생들과 세대차이를 실감하니 이 세계가 어찌도 이리 빨리 바뀌고 있는건지..

 

문화적으로도 참 갈때까지 갔다는 생각이다. 90년대 이후로 그런 쪽은 크게 발전을 못한건지, 도무지 확 재밌는게 없다. 뭔가 뜨거운게 하나씩 내제되었던 그 시절과 다르게 드라마도 TV쇼도 만화도 게임도 그다지..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시큰둥해진건 아니다. 아직도 만화 보고 게임도 하고 하지만.. 기술만 발전하지 기획의 참신함이 없달까?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그 뜨거운 무언가가 하나씩 결여되어있다는 점..

 

비록 거품경제였지만.. 그래도 풍족한 척을 맘껏 해대던 신한국의 시대였기에.. 지금의 전국민의 양극화와 서민화를 부추기는 이 시대가 참 지겹다. 그 때가 그립다. 비록 거품이라도. 모르는게 약이였으니 뭐...

노력한 만큼 얻지를 못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으니 암울하지. 좁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모두들 경쟁을 해야만 하는 피튀기는 사회. 시장경제가 무한 경쟁사회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너무 과도한 경쟁만 있을 뿐이다. 조금이라도 쉬운게 하나도 없다. 너무 힘든 세상이다..

 

어렸으니 좋았지. 하지만 그걸 차치하고라도 90년대는 정말 꿈과 희망과 사는 재미가 충만하던 시절이였다. 거품경제 그 때가 정말 그립다.


덧글

  • 城島勝 2007/11/24 17:07 #

    나도 그립다. IMF라는 그 기회가 정말정말 그립다. 내 인생의 기회 중 하나가 사라진 상실감이로다.
  • 고선생 2007/11/26 20:36 #

    그러시겠지
  • LMW 2009/05/14 13:39 # 삭제

    저도 90년대가 그립습니다...

    어떻게보면 탈도 많은 시기였지만 아련한 추억이 너무나 많기에

    무엇보다 지금의 저질 인터넷문화에 너무 염증이 생기는군요..그당시는 인터넷이나 휴대폰 없어도 행복했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