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카메라 by 고선생

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난 무조건 무음모드가 좋다. 아니 무조건 무음모드여야 한다. 늘 그렇게 써왔다. 2013년 귀국하기 전에는.

몰카범죄예방이라는 미명 하에 어째서 아무 문제없이 매너롭게(?) 무음촬영을 원하는 일반 사람들까지 일률적으로 불편을 당해야 하는지. 다음 폰은 한국이나 일본 폰은 피해야지 피해야지 다짐했건만 이번 5월 4년만의 기변도 엔저의 축복과 출고가 덕분에 일본 판매 폰을 사긴 했지만 일본 역시도 무음불가. 전세계에 두 나라 뿐.

유럽이나 미국 여행가면 폰카로 찍기 창피해 죽겠다. 뭐 무음으로 찍는 한국 일본 여행자는 아마 어플카메라로 무음촬영을 하는 모양이겠지만 난 어플카메라는 전혀 쓰고싶지 않다. 치덕치덕 뭔가 사진에 화장하고싶지도 않을뿐더러 젤 중요한건 화질소모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행자들 사이에 찰칵찰칵 소리내며 폰카로 찍고 있으면 심지어 현지인에게서 좀 매너모드로 하면 어떠냐 하는 나지막한 핀잔까지 들었다. 나도 안 하고싶어 안하는게 아니라고..ㅠㅠ

폰카촬영시 무음설정인게 너무나 당연한 매너로 통한다. 나 역시 그렇게 당연한 분위기에서 살다가 한국 와서 강제 유음촬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불평하면 뭐해, 진짜 다음폰은 미국이나 유럽여행가서 사야지 원.



외국인(특히 서양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욱일승천기 by 고선생




1. 욱일승천기의 문양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고 말고 다 떠나서 그냥 그 도식 하나만으로 봤을 때 디자인 전공자인 나의 눈에도 욱일문양은 완성도있는 매력적인 디자인임에는 분명하다. 외국에서 욱일문양을 사용하는 용도 대부분이 패션쪽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명백하단거다. 하물며 한국에서도 역사를 잘 모르는 한국인들은 무지를 앞세워 패션으로 소화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건 정말로 불순한 의도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패션으로서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의미를 몰랐을 뿐.


2. 서양으로 치면 나치문양과 다를바 없다 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잘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전쟁의 적국으로서 일본은 독일만큼의 존재감은 아니다. 또한 그들은 일본에게 지배당한 피해국이 아니다. 우리끼리만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우리가 욱일기에 발끈해도 하켄크로이츠에 그다지 예민한 정도는 아닌것처럼.


3. 일본, 일본의 문화는 이미 예전부터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양에게 '매력적인' 아시아 문화로 자리잡힌지 오래다. 그런 그들에게 일본인들이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욱일기 문양은 어떤 형태로든 모방하게 되어있다. '하나의 패션'으로서 말이다.


4. 전범국으로서의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피해를 입은 국가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그들에게는 없다. 사실 그들에게는 그다지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아무생각없이 '이쁘니까' 사용하는 그들에게 이 문양은 사실 이러이러한 의미가 있으니 쓰는건 옳지 않다라고 설득한다는게 따분한 일이며 귀기울일 일이 아니다. 그들은 관심기울여줄만큼 한가하지 않다.


5. 독도문제, 동해표기문제도 그들에겐 관심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불려도 그만이다. 하물며 욱일문양은 애초에 그들에게 '이쁜 디자인'으로 큰 거부감없이 전래되어(?)간 것인데 이제와서 그거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은들 별 소용없다. 이건 그들이 멍청하고 무식해서가 아니다. 관심이 없는거다. 


6. 서양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과 중국보단 일본을 압도적으로 좋아한다.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단어 by 고선생

유학의 슬슬 막바지였던 2010-11년 즈음, 뉴스에서 비춰지는 중국의 모습은 충격의 생지옥 그자체였다.
영화에서도 극한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설정한듯한, 그야말로 뿌연 세계. 이게 사람이 살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공기를 중국은 고스란히 껴안고 살고 있었다. 그 때 쯤 처음으로 들었다.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단어를.

중국 쟤네는 저러고 어떻게 사냐, 저기가 사람 살 수 있는데냐, 중국 별로 가보고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갈 일은 없겠다..
한국과는 상관없는 그 중국의 미세먼지를 보며 중국의 우악스러움과 고삐풀린듯한 산업화의 현장을 미련하다 치부하며 넘기다가 내가 귀국한 2013년, 한국에서 난 독일에선 경험할 수 없던 공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국도 미세먼지가 가득했다.
그래도 그 땐 그렇게 자주는 아니었다. 이따금 미세먼지 자욱한 날은 재수없다 생각하고 몸사리면 됐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피부에 느껴질정도로 미세먼지는 급작스럽게 성장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어느새 일상화되었고, 이제 2018년.. 어쩌다 미세먼지 없는 날은 하늘에 감사하며 보낼 정도로 미세먼지는 한국 날씨의 '기본값'으로 설정되어버렸다.
몇년전만 해도 중국만의 일이며 저기서 사람이 어찌 사냐고 혀를 찼던 그 현장이 고스란히 한국에 재현되고 있다.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겨난지 몇년도 안 되어서 지금은 미세먼지와 늘 함께 하는, 몇년전의 중국의 생지옥을 그대로 경험중에 있다.

독일에서 지낼땐 내 건강에 대한 우려는 살 좀 빼야지.. 운동 좀 해야지.. 앉을때 바른자세로 앉아야지.. 정도 뿐이었다면, 귀국해서 지낸 지난 5년간 병원에 가는 횟수가 늘었고 자잘한 잔병에 시달리고 있다. 적어도 그 전에는 살빼면 나을 문제뿐이었다면 이제는 원인모를 두통, 늘 답답한 눈과 기관지 등 체내에 문제가 생김을 경험중이다. 독일에서보다 병원 접근성이 쉬워져서 이상있을때 바로바로 병원가기 편해져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 때엔 왠만해선 병원 갈 일조차 없었고 약도 먹을 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30대 초랑 30대 후반이란 다른거라고, 나이들어서 자주 아픈가 싶다가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환경탓인 것 같다.

미세먼지엔 늘 몸사리던 와중, 어쩔 수 없이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된 날이 있었다. 하필이면 미세먼지가 역대급이었던 날, 야외 스냅촬영 의뢰가 들어와서였다. 기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긴 했지만 그 후유증은 상당했다. 다음날 가래는 치밀어올랐고 난 처음으로 안구 세척액을 구매했다. 아이봉 샀다.

2018년 들어서는 정말 단 하루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롭던 날이 없었던 듯 싶다. 미세먼지는 해가 지날수록 심해져만 갔고 정말 이젠 운 좋게 북풍이 불어 추워지는 날 아니면 늘 미세먼지를 끼고 산다.

이틀전, 4월 4일. 2018년 들어 가장 좋은 날씨를 경험했다. 정말 선물같은 그런 날이었다. 밤새 비가 오더니 아침부터 찬란한 햇살과 투명한 하늘, 신선한 공기가 가득했다. 이때다 싶어 아침부터 해지기 직전까지 온 집안의 창문을 열어제끼고 집안 공기를 환기시켰다. 얼마만에 찾아왔던 그런 날씨였는지.

이제는 어쩌다 한번씩 정상화되는 그런 날을 재수좋은 선물같은 날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그 하루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 날이 지나고 다시 비가 오는날이어서 이틀 연속으로 공기는 좋았으나 오늘 다시, 미세먼지 나쁨이 되었다. 신기루처럼 좋았던 공기는 사라졌다. 그 날, 하루종일 집안공기를 환기시켰던건 내가 한 일 중 가장 가치있는 일이었다.

대책도 없고 희망도 없고.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단어는 이렇게나 급속하게 우리들의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

저출산 대책 by 고선생

저출산'대책'이란게 사실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저출산의 원인은 부조리하거나 미흡한 몇가지 손보거나 바로잡는다 해서 완화되어질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모든 요소와 연결이 되어있다. 이런저런 환부처방식 대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사회의 '근본적' 환골탈태가 일어나야 한다. 육아휴직 좀 늘리고 양육비 좀 쥐어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아이를 낳는다라는건 한 가정의 작은 사정이 아니라 이 사회가 살기 좋은가 좋지 않은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아이 낳기 좋은 사회가 된다는것은 타겟팅되듯 짜낸 저출산'대책' 몇가지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단편적 대책을 책상위에 앉아 궁리할게 아니라 기본과 상식을 잘 지키며 이 나라 자체를 성숙시켜야 하는게 맞다. 뾰족한 방법같은건 없기에 어려운 문제다. 그만큼 복합적으로 곪아있는 문제인것이며 근본적 해결책 말곤 방법이 없을것이다. 좋은 나라가 되는것. 그것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넘어야 할 과제던가.

그런 나라에서라면 아이는 저절로 지금보단 낳고 싶어질것이다. 저출산이 문제니 저출산의 해결을 생각할게 아니라 사회 모든 요소들이 성숙되어지면 출산은 자연히 늘 일이다. 출산과 육아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닿아있다. 그 본능마저 억제해야 할 정도로 이 나라가, 이 사회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저출산에 포커싱을 하지말고 지금 온국민을 한숨쉬게 만드는 요소 하나하나 차례차례 개선해나가면 된다. 이 사회에서의 삶이 즐거워지면 될 일이다. 누려야할 당연함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 누가 아이를 낳고 기를 생각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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