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간 이야기



(클릭)






내겐 과한 성심당 맛있다

스튜디오 개업 후 첫 장거리 촬영. 바로 대전광역시에서의 웨딩촬영이 지난 토요일에 있었습니다. 늘 서울,경기권을 벗어나본 적 없는 장거리 작업이었는데요, 제 인생 두번째의 대전 방문이기도 했습니다. 1993년 같은 반 학생들과 단체로 갔던 대전 엑스포 관람 이후로 두번째 대전 방문인데요. 이왕 일부러라도 오기 힘든 먼 곳을 방문했으니 일은 일이고 일 외에 이 도시에서 뭔갈 얻어가고 싶었습니다.
유독 대전 하면 떠오르는게 별로 없는데요, 제가 무지한거기도 하지만 슬렁슬렁 드라이브해본 대전이란 도시 역시 엑스포 과학공원의 한빛탑을 보며 초등학생 당시를 잠시 회상했던거 외에는 크게 관광적 요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전 무식자인 저에게, 많은 분들이 추천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성심당이란 빵집이었어요.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여기 들르면 좋을거라고..

한가지 함정은, 전 한국사람들 평균적으로 지닌 빵에 대한 인식 및 입맛의 소유자가 아니란데 있습니다. 아무리 식성이 서구화되어간다 해도 한국에서 빵이란 위치는 아직은 식사보다는 간식의 개념이 강하고 빵 자체의 맛이 강렬하여 그 자체로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어야 맛있는 빵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그리고 빵 자체의 최초 유입이 일본에서 들여온 일본식 제빵의 형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아무리 유럽식 식사빵, 발효빵이 대세로 떠올랐다 해도 아직은 빵이란 달달하고 부드러워야 하며 그런 빵으로서 정점에 올랐을 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빵을 간식으로 먹진 않거든요. 일단 간식 자체를 거의 안 먹을 뿐 아니라 단 음식은 싫어하는 편입니다. 빵도 담백한 빵에 여러가지를 곁들여서 맛이 완성되는, 그러한 식사용으로서 좋아하는, 즉 굉장히 유럽쪽 지향입니다. 그건 어려서부터 접한 빵이 그런 빵 위주였던 것도 있고(오히려 일본식 한국식 빵은 10살이 넘어서야 접한..) 제가 생각하는 '빵' 하면 기본형이 유럽식이니까 그럴 수 밖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까지 온 이상 소문의 성심당을 아니 들러볼 순 없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다는 굉장한 유명업소라고 하니 일을 마치고 가봅니다.


...대전 여기저기 조용~하던 거리 일색이었는데 성심당이 가까워 오자 사람들이 다 여기 모여있었던건지 바글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성심당 앞까지 가보니 왠걸.. 무슨 놀이동산에라도 온 듯 엄청난 인파..;; 심지어 그 앞에서 줄서서 사진찍어대고 가게 안은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죠.

성심당에도 제가 좋아하는 담백한 식사용 빵류가 없진 않았지만 그 코너는 대부분이 관심 밖이고 각종 부드럽고 달달한 빵류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특히 이 가게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튀김소보로는 아니 사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는데요, 제 개인적으론 튀김소보로나 부추빵 외에 다른 빵들이 더 흥미로웠네요. 전형적인 일식, 한국식 팬시한 빵들의 전시장같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익숙한 빵집에서 보던 빵들보다도 개성적인 빵들이 참 많았는데요, 이런걸 보면 성심상에서 그런 빵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연구 개발을 많이 했다는게 느껴집니다. 완성도도 높아보였구요. 그리고 사람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이 빵 저 빵을 집어담습니다. 튀김소보로는 빼먹지 않구요.ㅎ

하도 정신없어서 저도 몇개 집어서 후딱 나왔습니다. 여기의 시그니처라 하니 튀김소보로와 부추빵이 반반 담긴 상자도 하나 사고 눈에 띄는 몇가지 빵들을 주워담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한가할 때, 다시 오기 힘든 곳이니 가게 앞에서 나름 인증샷도 한 컷..ㅎ

또 먼 길을 달려.. 2~3시간만에 도착한 집. 빵은 사서 바로 먹어야 제맛이니 일단 가족과 함께 산 빵을 나눠먹을 요량으로 여기의 시그니쳐라 하는 튀김소보로와 부추빵부터 뜯어봅니다. 사실, 이 빵들을 사면서 대충 어떠할 것이다 라는 맛은 예상이 되었고 그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튀김소보로는 단팥빵+소보로+도넛 의 맛이었고.. 저에겐 상당히 과한 맛이었죠. 그럼에도 줄서서 사먹는 맛이라니, 다시금 한국 평균의 빵에 대한 선호도와 저의 차이를 확인하는 동시에 이런 과한 맛이 인기인건가 하며 공감은 못하겠더라구요..ㅎ 하긴 한국에서 대중음식이 날이 갈 수록 달아져만 가는 세태와 무방치 않은 인기인것 같기도 하구요. 차라리 부추빵의 담백함은 저에겐 튀김소보로보다는 더 좋았습니다. 담백한건 좋은데 동시에 단점은 부추를 어필한것 치고는 향이 너무 약하다는게 아쉬웠구요. 그 외 야금야금 몇개씩 사본 성심당의 기타 빵들은 그 역시 제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다만 한국식 달달빵들 치고는 동네빵집 수준보다는 훨씬 높다 라는건 확인되었구요.

어차피 제가 좋아하는 빵 스타일이 절대 아닐뿐더러 그런 빵이면서도 과하게 달고 기름진,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들에겐 잇 아이템이 되버린 성심당의 빵은 대전까지 내려간 김에 그 명성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점으로는 가치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유괴범과 친부모 중2병

10-20년 전 쯤엔 유괴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유괴범에 죽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뉴스에 국민들이 분노했는데 요샌 매일매일 지 새끼 죽이는 친부모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내가 초중고생이던 90년대. 유괴범은 심심찮게 등장하는 테마였다. 그 당시 굉장한 사회문제 중 하나였고 범죄중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상위 중범죄였다. 모르는 사람이 말 걸면 따라가지 마라, 사람 함부로 믿고 따르지 마라, 누가 엄마 아빠 이름 팔아도 신중해라, 학교 끝나면 빨리 집에 와라.. 유괴범죄에 대응한 가정교육 매뉴얼 중 하나였다. 개구리소년으로 대변되는 시대의 범죄도 있었고 사람들은 유괴범죄에 공분했다. 

요새는 어찌된 일인지 남의 자식 유괴했단 뉴스는 싹 들어가고 다름 아닌 친부모가 나서서 친자식을 죽음으로 몬 뉴스를 거의 하루에 하나씩은 듣는 것 같다. 그 누구도 아닌 부모가 자식을 죽인다. 그것도 이따금이 아니라 굉장히 '흔한' 뉴스가 되어버렸다. 보도되는 뉴스가 실제 범죄율의 반 이하라고 쳤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식으로 뉴스화가 잦다는건 심각한 일이다.

한 땐 분노조절장애, 길거리 묻지마살인 등이 자주 뉴스에 오르내렸다. 사람 죽이는것도 유행을 타는건지, 이젠 부모가 지 자식을 죽이고 있다. 시대는 발전이 아니라 퇴보하고 있다는 나의 주장에 힘이라도 실어주듯 그 단면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책임감이 결여된 부모와 죄 없이 죽임을 당하는 아이들. 또는 방치되어 죽음으로 몰리는 아이들. 어찌 보면 유괴범으로 인한 범죄소식이 들릴 당시는 차라리 범죄의 명분(?)이나마 있다 쳐도 지금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시대에 이르러.. 진정한 인간수준의 퇴보와 사회발전에 따라 더욱 짙어져만 가는 이면의 그림자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것만은 한국 사회 전체의 탓이라 핑계돌릴 수 없음을. 이것이야말로 온전히 그 부모들이 수준이하의 인간이며 악마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굉장히 인자한 한국의 공권력은 이런 악마들도 인간이라고, 인권 내세우며 마스크 씌워 보호해주길 망설이지 않는다.




160304 잡담


1. 1~6개월 어학연수 갔다온거나 한 학기 분량 교환학생 갔다 온 것도 '유학'이란 단어로 표현할거면 최소 4년 이상 학업과정을 정통으로 마치고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유학' 외의 별도의 신조어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유학이란 단어가 포괄적 쓰임으로 바뀌면서 무게감은 상당히 가벼워졌고 이럴 때 손해보는건 정통파들이다. 혹자가 유학 몇년 하고 왔어요? 하고 물으면 네, 6년 했습니다 라고 답 하면 '오래하셨네요' 하는 리액션이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이다. 그 이하 단기 나들이가 유학이라 불리우면서 생기게 된 놀람의 리액션이다. 긴 시간 유학했다고 유세떠는건 결코 아니나,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기간을 동일한 단어로 취급당하는건 반갑지 않다.


2. 항상 겸손하고 튀지 않으면 된다. 한국에서 살려면 그게 모범이다. 그러니 인물이 안 나오지. 나올만하면 왜 안 겸손하고 튀냐고 짓누르니. 또한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가장 뜯어보기 일쑤인 1순위 조건은 바로 인성이더라. 능력이고 뭐고 인성 안 좋으면 무시해버린다. 능력도 좋은데 인성도 좋으면 당연히 금상첨화지만 인성 좀 모자란다고 능력이 무시되는건 그 무시들이 쌓이고 쌓여서 국가적 낭비가 된다. 범죄자 수준의 인성 하자가 아닌 이상, 능력치를 방해할 정도로 평가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3. 한국 대중들은 자신들이 연예인에게 주는 사랑의 대가로 너무 그 이상의 보답을 아무 거리낌없이 당연시하게 요구하더라. 광대는 대중앞에서 재주를 부렸기에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사랑의 대가를 먼저 내놓은건 연예인들이다. 대중이 먼저 좋아해서 광대들이 돈 버는것 아니다.


4. 한국사회에 산재된 수많은 문제들은 모두 '근본적인 해결'이 되어야만 해결될 문제들 뿐이다. 애초부터 잘못 진행된 사회발전이라는 반증이지. 문제는 사회를 움직여가는 그 누구도 근본적인 해결에 접근할 생각은 않는다는 것. 특기는 사후약방문, 고정매뉴얼은 땜질 뿐이다. 그리고 악순환의 제자리걸음 뿐이다.


5. 여러 사회적 사안에 대해 툭 하면 OECD 국가들과의 비교를 하는데, 비교할 때마다 커지는건 자괴감 뿐이다. 그리고 한국 바로 옆에는 늘 멕시코가 파트너처럼 붙어있다.


6. 범죄율 하락을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라고 하면 꼭 처벌만이 답이 아니다 라는 원칙론자들이 반발하는데, 그렇게 말하기엔 한국의 처벌강도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약하다. 근본적 접근 이전에 현실적 평균치는 맞추는게 순서다. 


7. 한국에서의 특정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 금새 잊어버릴 순간의 홧김의 외침


8. 요새 어찌된 일인지 블로그들에서(특히 네이버 검색결과) 뭔가 사먹거나 써보거나 한 후 후기를 쓴 제목들이 죄다 '솔직후기'라고들 말을 맞추던데.. 불과 2,3년전엔 이런 제목이 별로 없었던거같은데. 그럼 그 전엔 안 솔직했었던건가.




처음 접해본 '한국의' 편의점 도시락의 위력! 맛있다



최근 들어 '한국의' 편의점 도시락을 처음 먹어봤습니다.


아니아니, 그런거(?) 무시하며 안 보는 그런 거만한 사람 아닙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여태껏 편의점 즉석식품 중 도시락을 사먹어본 적은 없을 뿐입니다. 제가 편의점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사먹는다면 그저 삼각김밥이 전부였지요. 그거야말로 '편의점다운' 음식이다 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간편하게 후딱 먹을 수 있고 밥이니까 든든하기도 하고.

그리고 서두에 '한국의'라는 표현을 쓴대로, 편의점도시락에 있어서만큼은 지독하게 일본 사대주의자(?)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에 갔을 때 현지의 편의점 도시락들의 그 버라이어티한 압도적 퀄리티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으니까요. 역시 도시락의 나라답다, 편의점 도시락도 이렇게 잘 되있구나, 역시 넘사벽이야 라고 아예 '단정'해버리고 한국 편의점의 도시락에 대한 관심은 아예 없었죠. 가끔씩 삼각김밥 아래층에 깔려있는 도시락들을 힐끗힐끗 보면서 그 종류의 빈약함과 언뜻 보이는 내용물의 겸손함은 역시나 관심이 가지 않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어느덧 시대는 흘러흘러 부쩍 편의점도시락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때가 되었어요. 나홀로족과 청년실업등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편의점도시락의 인기가 급증했다는 둥, 여러 유명인들의 얼굴을 따다가 편의점별로 도시락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둥.. 비록 편의점 신선식품은 정말 '편의를 위해' 삼각김밥만 일년에 몇 번 사먹을 뿐이었던 저에게도 그닥 관심 안 가지려 해도 매체에서, 언론에서, 블로그 등에서 점점 노출빈도가 높아지는 편의점 도시락 이야기는 '아니 대체 어느 정도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엔 충분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편의점도시락에 관한한 일본 사대주의자였고 한국은 신경쓸 필요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요샌 각 편의점 도시락 브랜드별로 장단점, 비교우위 등이 회자되고 전에없이 도시락 자체의 수준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고 하니까요.

진지한 준비자세.jpg


어느날 외출 중 그닥 뭔가가 땡기는건 없고 마침 눈 앞에는 CU 편의점이 보였습니다. 주력상품인듯 백주부님의 얼굴을 크게 프린트해놓은 도시락브랜드를 광고중이었구요. 이 참에 맛이나 볼까 하고 들어갔습니다. 뭔가 많이 들어있는 것 같은 도시락 하나를 선택하여 계산을 마치고 착석을 했죠. 참, 이 역시 저의 인생최초의 경험이었습니다. 편의점의 좌석자리에 자리잡고 앉아 음식을 펼쳐놓고 먹는 행위! 보통 삼각김밥은 전자렌지 쪽 앞에 짧게 바로 되어있는 간이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서너입에 꿀꺽하고 나오기 일쑤였는데 말이죠. 이 편의점은 무려 테이블자리까지 마련된(야외도 아니고 실내석) 거대한 편의점이었습니다. 편의점도시락을 먹은 것도, 그걸 편의점에서 앉아서 먹은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네요.

맛은.. 오호, 꽤 괜찮습니다! 반찬의 양도 든든하고 무엇보다 과거 영양불균형이었던 반찬 배치에 비해 나름 채소류 반찬도 잘 갖춰놓았고 무엇보다 메인 반찬의 '덩어리감'이 아주 제대로더군요. 덩어리감이라 함은 어떤 반찬이든 메인반찬은 고기요리인데 그 고기의 덩어리보다 조연급인 양념과 채소의 비율이 더욱 득세한 경우 느끼기 힘든거죠. 그런면에서 맛본 도시락은 고기반찬은 딱 고기반찬다웠습니다. 맛도 평균적인 현대한식이 달고 기름져지는 추세를 생각한다면 납득할 정도 수준이었구요.

사실 편의점별로 도시락브랜드 그리고 내세우는 모델이 제각각인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 편의점이 누구다 라는건 잘 몰랐고 매치도 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먹어본 CU에서는 백주부님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기에 각인이 되었고.. 한번 나름의 만족을 경험한 편의점 도시락을 이번엔 한번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가길에 들른 GS25에서는 김혜자님의 얼굴을 프린팅한 도시락시리즈가 판매되더군요. 종류도 두세가지가 있었는데.. 이번엔 편의점이 아닌 가장 편한 환경에서 음미해가며 먹어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의점도시락을 자주 먹을 기회는 없을듯 하니 한번에 두 종류를 샀습니다. 위 사진의 두 내용물이죠.

가장 편한 집이라는 공간, 그리고 도시락 하나로는 살짝 부족한 양. 그렇다면 두 도시락을 동시에 펼쳐놓고 만찬(?)으로 즐기면 되는겁니다. 도시락 두개를 붙여놓으니 믿음직하군요!

가운데 밥이 몰려있고 주변으로 펼쳐진 반찬 학익진(...)! 밥을 중심으로 전후좌우로 젓가락이 향하는 곳마다 반찬이 포진하고 있는 매우 바람직한 진지가 구축되었습니다.

전에 CU의 도시락에서도 느꼈긴 한데, 찬찬히 훑어보니 한국의 편의점 도시락, 정말 수준이 향상되었네요! 아니아니 정말요. 제가 전부터 일본 도시락을 우위로 치며 한국 도시락을 무시했던게 미안해질 정도로 지금 눈앞에 있는 도시락은 환골탈태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0원대의 가격이란 점은 뜨겁게 먹을 수 있다는게 장점인 한솥도시락 대비 경쟁력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더군요. 어떤면에선 한솥보다도 반찬으로만은 우위이지 않나 싶은 면도 있구요. 특히 닭 생고기를 써서 굽고 튀겨낸 덩어리가 있는 왼편 도시락은 이럼에도 3000원대라는건 굉장한 가성비인것 같습니다.

가장 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혼밥의 환경설정. <내 앞의 먹을거, 그리고 그 앞의 볼 거>. 여름엔 반팔티에 팬티, 겨울엔 후드티에 츄리닝. 딱 설정해놓고 먹습니다!

'신선식품'이라곤 하지만 그닥 신선하단 느낌은 아니구요. 그도 그럴것이 렌지에 데우면서 차게 먹어야 할 나물류도 데워지는데다 한번 기름에 익힌 반찬들이 렌지를 만나면 온도가 높아질 뿐 산뜻은 밥말아먹어버리니까요.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그런것들은 어차피 편의점 도시락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이며 제가 칭찬해 마지않는 일본의 도시락도 같을테니까요. 그치만 반찬 자체의 맛의 수준, 그리고 종전보다 나아진 한끼 식사의 영양균형(그럼에도 황금균형은 절대 아니지만), 그리고 정말 감탄했던건 밥의 퀄리티인데, 사진상으론 굉장히 떡져있는 비주얼이지만 렌지에 데운 이 밥은 놀랍게도 부드럽게 쥐어만든 초밥마냥 입안에 들어가니 사라락 하고 풀어지면서 그 촉감만으로도 고급진 밥이라고 착각될 정도로 밥 처리를 참 잘 해놨더라구요. 사실 반찬이 아무리 화려해도 밥 맛이 떨어지면 그 식사는 영 실패인건데, 그런면에서 기대치가 낮았다가 그 기대 이상을 채워주네요.

편의점도시락, 컵라면 둘다 거의 접하지 않는 음식인데, 편의점도시락과 친숙한 사람들은 컵라면이 편의점도시락과 궁합이 좋다 라길래 어디한번 이왕 먹는거 제대로 하자 라는 마음에 추가한 작은 사이즈 컵라면은 역시 궁합이 좋았습니다. 면보다도 국물의 역할이 큰 것 같네요.

이러니저러니해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싹싹- 다 비웠네요. 먹고나니 양에 관계없이 살짝 더부룩-한것이 그다지 건강식이란 느낌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가격에 이정도 음식이라면 분명 가성비는 훌륭하며, 요즘 왜 그렇게들 많이 인기인건지 조금은 수긍이 갑니다. 적어도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무조건 일본의 도시락이 짱이다 라는 마인드엔 변화를 줘야겠네요. 여전히 일본쪽이 퀄리티는 둘째치고 그 '다양성'에 있어서는 한참 앞서곤 있지만 단일품으로만 비교하자면 한국도 좋군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는다, 그걸 편의점에서 먹는다, 그걸 컵라면과 함께 먹는다
. 이 모두 저에겐 최근들어 인생 최초의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많이 접하는 경험이고 누구에게는 일상일 수도 있는 일이기에 좀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을 계기로 앞으로 살면서 먹을 음식의 카테고리가 하나는 추가된 셈이네요. 물론 앞으로 먹더라도 그 빈도는 극히 적겠지만(편의점 음식 자체가 아무리 맛나다고 한들 그 기준 안에서이지, 제 스타일이라곤 못하니까요) 그래도 외국 나가서 마땅히 먹을데 못 찾으면 맥도날드 가듯이 어떤 비상 상황(?)에서도 지금 경험한 이 정도의 만족은 보장할 거라는 믿음으로 찾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마음속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