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단어 by 고선생

유학의 슬슬 막바지였던 2010-11년 즈음, 뉴스에서 비춰지는 중국의 모습은 충격의 생지옥 그자체였다.
영화에서도 극한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설정한듯한, 그야말로 뿌연 세계. 이게 사람이 살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공기를 중국은 고스란히 껴안고 살고 있었다. 그 때 쯤 처음으로 들었다.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단어를.

중국 쟤네는 저러고 어떻게 사냐, 저기가 사람 살 수 있는데냐, 중국 별로 가보고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갈 일은 없겠다..
한국과는 상관없는 그 중국의 미세먼지를 보며 중국의 우악스러움과 고삐풀린듯한 산업화의 현장을 미련하다 치부하며 넘기다가 내가 귀국한 2013년, 한국에서 난 독일에선 경험할 수 없던 공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국도 미세먼지가 가득했다.
그래도 그 땐 그렇게 자주는 아니었다. 이따금 미세먼지 자욱한 날은 재수없다 생각하고 몸사리면 됐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피부에 느껴질정도로 미세먼지는 급작스럽게 성장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어느새 일상화되었고, 이제 2018년.. 어쩌다 미세먼지 없는 날은 하늘에 감사하며 보낼 정도로 미세먼지는 한국 날씨의 '기본값'으로 설정되어버렸다.
몇년전만 해도 중국만의 일이며 저기서 사람이 어찌 사냐고 혀를 찼던 그 현장이 고스란히 한국에 재현되고 있다.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겨난지 몇년도 안 되어서 지금은 미세먼지와 늘 함께 하는, 몇년전의 중국의 생지옥을 그대로 경험중에 있다.

독일에서 지낼땐 내 건강에 대한 우려는 살 좀 빼야지.. 운동 좀 해야지.. 앉을때 바른자세로 앉아야지.. 정도 뿐이었다면, 귀국해서 지낸 지난 5년간 병원에 가는 횟수가 늘었고 자잘한 잔병에 시달리고 있다. 적어도 그 전에는 살빼면 나을 문제뿐이었다면 이제는 원인모를 두통, 늘 답답한 눈과 기관지 등 체내에 문제가 생김을 경험중이다. 독일에서보다 병원 접근성이 쉬워져서 이상있을때 바로바로 병원가기 편해져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 때엔 왠만해선 병원 갈 일조차 없었고 약도 먹을 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30대 초랑 30대 후반이란 다른거라고, 나이들어서 자주 아픈가 싶다가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환경탓인 것 같다.

미세먼지엔 늘 몸사리던 와중, 어쩔 수 없이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된 날이 있었다. 하필이면 미세먼지가 역대급이었던 날, 야외 스냅촬영 의뢰가 들어와서였다. 기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긴 했지만 그 후유증은 상당했다. 다음날 가래는 치밀어올랐고 난 처음으로 안구 세척액을 구매했다. 아이봉 샀다.

2018년 들어서는 정말 단 하루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롭던 날이 없었던 듯 싶다. 미세먼지는 해가 지날수록 심해져만 갔고 정말 이젠 운 좋게 북풍이 불어 추워지는 날 아니면 늘 미세먼지를 끼고 산다.

이틀전, 4월 4일. 2018년 들어 가장 좋은 날씨를 경험했다. 정말 선물같은 그런 날이었다. 밤새 비가 오더니 아침부터 찬란한 햇살과 투명한 하늘, 신선한 공기가 가득했다. 이때다 싶어 아침부터 해지기 직전까지 온 집안의 창문을 열어제끼고 집안 공기를 환기시켰다. 얼마만에 찾아왔던 그런 날씨였는지.

이제는 어쩌다 한번씩 정상화되는 그런 날을 재수좋은 선물같은 날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그 하루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 날이 지나고 다시 비가 오는날이어서 이틀 연속으로 공기는 좋았으나 오늘 다시, 미세먼지 나쁨이 되었다. 신기루처럼 좋았던 공기는 사라졌다. 그 날, 하루종일 집안공기를 환기시켰던건 내가 한 일 중 가장 가치있는 일이었다.

대책도 없고 희망도 없고.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단어는 이렇게나 급속하게 우리들의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

징역 by 고선생

나이가 먹어가며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더 신나고 재미난 일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나이 먹어가면 갈수록 신나는 일은 커녕 경험조차도 진부해지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하루가 연속인것만 같다.

물론 내가 설계한 내 인생이 제대로 풀려가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차라리 무슨 죄라도 지어서 징역살이라도 해보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정말 그 공간이라면 그 어떤 자극 이상으로 내게 충격을 줄 것도 같고

그 공간 안에서의 유기한의 생활은 굉장한 큰 깨달음을 담보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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